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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뚫는 힘

       

      김민수 교수는 과연 복직이 될 것인가 아닌가? 이는 김 교수의 복직을 추진하는 학생들과 교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다. 반면에 김민수 교수는 반드시 복직이 되어야 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는 대책위의 학생, 교수들이 지니고 있는 확신과 똑같은 생각을 모든 이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사안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김교수가 해직 5주년을 맞는 이 시점이 이 문제의 실상과 그 해결의 의미심장함을 학내외 구성원 모두가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본교의 교수 400명 이상이 재임용 탈락 재고를 요청하는 서명을 하고, 수 천명의 학생․일반인이 김 교수의 복직을 요청했던 당시. 그 때에는 적어도 서울대의 구성원들 중에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여러 해가 지나서 학부가 완전히 세대교체를 하였다. 김 교수의 해직을 분개해 하며 교정을 뛰어다니던 학생들은 졸업을 하거나 의젓한 대학원 선배가 되었다. 지난 5년간 많은 신임 교수가 들어왔으며, 김민수 교수 복직을 위한 교수 대책위의 여러 원로 교수들이 퇴임을 하였다. 물론 김교수 해직 문제에 관여했던 교수들도 여럿 자리를 물러났다.

      그러나 세상을 뒤바꾸는 거대한 세월의 힘에도 불구하고 김교수의 복직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그를 복직시키고자 하는 학생과 교수들의 노력 역시 끈질기게 펼쳐지고 있다. 교육과 연구에 여념이 없어야 할 서울대에 이런 싸움이 왜 5년간이나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 책임은 누구보다도 임용권자인 총장에게 있다. 대학 본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내의 일이 옳게 되든 그르게 되든 형식만을 지키겠다는 것이 그들의 확고한 생각이다. 또 관리자란 사해동포주의를 펼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

      김교수 해직이 5년째를 맞은 지금 당면한 어려움은 이와 같은 대학본부의 자세이고, 아울러 학내의 인식감소이다. 대학본부에 있는 사람이야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사람이 바뀔 수도 있지만 학내에 이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금도 세상을 올바르게 가꾸려는 관심을 지니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새 주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김민수 교수의 해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서울대의 정체성과 미래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적 사안이다. 서울대가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성의 전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학교의 새 주인들에게 알려야 하겠다. 복직된 김 교수가 교단에 다시 오르는 감격적인 모습을, 그 순간을 조만간 맞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