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즐거움!


#주의: 그림 위에 마우스를 놓으면 그림 설명이 보입니다.

  글을 쓴 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 애물단지 홈페이지를 손 안 본지도 너무나 오래되었다. 지금까지야 어찌되었든 지금은 보현산 천문대에 다녀온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이번 보현산 천문대에 다녀온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전까지의 천문대 방문은 그냥 객으로서의 견학 뿐이었다. 허나 이번엔 진짜루 폼 나는 천문학자로서의 방문이었다. 정말로 1.8m 망원경을 사용해서 관측하려 한 것이다. 관측 제목은 멋있게도 "Optical variability of low-energy peaked blazars" 이다. 물론 더 중요한 사실은 나의 관측이 아니라는 것…호호 죄송. 우리 과의 post doc.이신 Dr.Bai 의 관측에 따라간 것 뿐이다. 상황이야 어쨌든 컴퓨터로 1.8m 사진을 찍은 것은 사실이니께.

.1.8m 망원경옆에서...

  보현산 천문대는 보통 관측자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망원경을 움직이는 것은 operator 분이 계셔서 관측자가 직접 조작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관측자가 하는 것은 CCD에 연결된 컴퓨터로 노출시간 및 필터 등을 결정하는 것 뿐이다. 이번 관측은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함께 했다. 주 관측자인 Dr.Bai, 보디가드인 박사과정 홍수형, 그리고 배우겠다는 생각 하나로 따라 나선 ..

  첫날 토요일.. 전날의 서울대 천문학과 공개행사를 고량주 1잔으로 마치고 푹 자려 노력만 했던 나는 결국 약속시간 8시에 20분이나 늦어버렸다. 어찌 어찌해서 간신히 서울역에서 합류하게 되어 영천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영천이다. 영천시에서 자천리행 시외버스를 타고 자천에서 마중 나온 천문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현산 천문대는 관측자를 위해 자천부터 천문대까지 차를 준비해 준다.(렌트카 아닙니다.) 오후 2시 45분. 함께 보현산 천문대를 향해 떠났다. 곳곳에 보이는 푸른색은 서울 생활에 지쳐 있던 나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허나 그 감정을 Bai 박사님께 영어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그리고 숙소 도착! 보현산 천문대에는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데 본부 비슷한 곳에 관측자 숙소도 함께 있다. 끝끝내 세 명이 한방에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끝에 결국엔 교수님들을 위한 더블침대가 있는 방을 쟁취할 수 있었다. 좋긴 좋다만…

도착한 숙소에서 한 컷!

  대충 정리를 하고 저녁에 있을 관측을 준비하기 위해 망원경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2~3시간 전에 CCD 카메라에 액체질소를 넣어 냉각을 시켜야 한다. 온도가 -110° 정도로 안정이 되기 위해서는 1~2시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 액체 질소를 넣는 사진이 있다.

CCD 카메라에 액체질소를 넣는 모습

  액체 질소를 넣어두고 관측실에 와서 컴퓨터 테스트를 했다. Bias와 flat이라는 image도 얻어보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OK! 그리고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산꼭대기에 건물이 있기 때문에 식사 준비를 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평일에 한번만 올라와서 점심과 저녁을 저녁을 준비해 주시고는 내려가신다고 한다. 그래서 주말과 공휴일에는 아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관측자가 직접 냉장고를 뒤져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단다. 그래서 밥값도 다르다. 아주머니가 직접 해주시는 밥(점심)을 먹으면 3000원, 아주머니가 해 놓고 가신 밥(저녁)을 챙겨 먹으면 2000원, 빨간 날에 직접 해 먹으면 1000원이란다. 어쨌든 이런 시스템에 모두 익숙해 졌을 뿐 아니라 요리에 자신감이 풍만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막상 주방에 들어서자 Bai 아저씨가 중국 요리를 해주시겠다고 폼을 잡으셨다. 그리고는 호박과 양파를 마구 써셨다. 손과 칼이 따로 노는 나와는 수준이 틀린 그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중국 요리에서 많이 보는 그 불이 마구 위로 솟는 불 쇼까지 보여주셨다. 감동했다. 결국 세 접시의 중국요리를 만들어내셨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중국 남자는 요리를 안 하면 결혼 생활을 편안히 영위할 수 없다나… 여하튼 요리에는 이름들이 없었다. 하지만 맛있었다

.요리를 하며 심난한 하루를...

  이렇게 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이제는 날씨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천문학이라는 것이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보니 날씨가 하느님의 심리를 반영하는 듯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느님이 무심한 것인지 먼 길 왔으니 편히 쉬라는 배려인지.. 관측자는 보통 날씨가 흐려도 구름 사진 등을 확인하면서 자정까지는 기다리다가 관측 유무를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탁구를 치면서 자정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물론 잤겠지만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천문대에 계신 분들, 특히 보현산에 계신 분들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맨 날 탁구만 치신단다. 해서 모두 탁구에는 귀신이 되어 있었다. 물론 관측자를 널리 배려하는 마음에서 접대용 탁구를 쳐 주셨지만… 실은 나도 전에 초등학교 탁구 대표선수를 할 정도로 쪼금 친다면 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후에 operator 분과 단식을 하면서 2:2로 비긴 적이 있다. 하지만 강자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미덕의 무승부랄까? 여하튼 난 나의 탁구 실력에 다시 한 번 웃게 되었다. 갈고 닦아서 다시 도전하리라…

  그렇게 첫날을 보내곤 둘째 날 아침.. 이젠 폭풍우가 몰아쳤다. 정말 편히 쉬었다 가라는 하느님의 배려인가보다. 결국 둘째 날도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푹 쉬었다. 몇 편의 비디오와 함께… 바로 셋째 날로 들어가련다.

똘똘이와 Bai 박사님..

  넷째 날이 되면 나는 서울로 올라가야 했기에 나에게 있어서 오늘 관측을 하지 못하면 여기에 정말 놀러 온 것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하느님도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드셨는지 날씨가 조금은 괜찮았다. 역시나 오후 4시까지 밥을 먹고 쉬는 재미에 아무일 없이 보냈다. 그리고는 다른 operator 분(이병철 형님)과 함께 저녁 관측을 위해 액체 질소를 주입하고는 저녁 식사를 하기 전까지 산책을 했다. 우리 팀 셋과 보현산 팀에서 둘. 이 둘이라는 것은 보현산의 개들이다. 한 친구는 똘똘이고, 한 친구는 복순이란다. 소백산 천문대에는 개 패밀리를 이룰 만큼 대가족이 되었다지만 보현산의 두 강아지는 아직 2세가 없단다. 부부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여하튼 산책 코스는 천문대의 바로 맞은 편 봉인 시루봉. 약 10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 봉이고 보현산 1124.4m의 최고봉이다. 보현산 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8m 망원경이 있는 봉우리가 시루봉보다 낮긴 하지만 망원경 건물의 높이를 생각하면 망원경이 보현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한다.

시루봉에서 폼 잡고 있는 홍수형

  그렇게 똘똘이, 복순이와 산책을 마치고 정말로 관측을 하려 했다. 천문대 식당에는 큰 야외용 도시락 통이 있는데, 항상 관측자가 먹을 것을 챙겨야만 하는 통이란다. Bai 박사님이 좋아하는 에이스 과자를 비롯하여 많은 과자를 챙긴 후 천문대 전용차를 타고 망원경 건물로 향했다. 평소에는 망원경 건물까지 걸어다니지만 관측을 할 때는 차를 타고 올라간다. 고작 200m 되는 거리를…

  그렇게 망원경 건물로 와서 관측실에 앉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흔히 생각하기론 관측 대상을 바로 찍으면 될 것 같은데 연구를 위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관측 대상 말로 bias와 flat이라는 이미지를 얻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상당히 길게 얘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다 설명 한다면 책이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에 설명을 생략하겠다. 따라서 해가 지는 동안 열심히 bias와 flat 이미지를 얻었다. 버벅거리는 손놀림과 역시 버벅거리는 영어 실력에 모두들 땀을 흘리면서… 실질적인 관측은 상당히 단순하다. 관측대상(예를 들어 M31 안드로메다 은하 같은)을 망원경 operator 분께 알려주면 operator분이 컴퓨터로 망원경을 짜~악 옮겨 주시고 바로 자동 추적을 해 주신다. 그러면 관측자는 다른 컴퓨터로 노출시간과 필터 등을 입력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CCD 카메라는 바로 영상을 얻고 약 50초 후에 컴퓨터 화면서 영상을 보여준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건을 바꾸어서 다시 촬영을 계속하게 된다. 이제 충분한 사진을 얻었으면 operator 분에게 다음 대상으로 넘어가자고 하면 operator 분은 또 옮겨주고 위의 작업이 반복된다. 정말 손쉽지 않은가? 이것은 컴퓨터와 전자 공학, 기계 공학의 승리라 할 수 있겠다. 우리의 Bai 박사님과 홍수형, operator 분과 나는 계속 broken english와 body language로 어느 정도의(실제로는 무지 깝깝한) 의사 소통을 해 가며 관측을 계속했다.

열심히 모니터를 쳐다보는 관측하는 척 하는 홍수형과 Bai 박사님

  이번 관측 대상은 외부 은하의 핵 중 몇 개의 Active Galactic Nuclei의 변광을 관측하는 것으로 그렇게 힘든 관측은 아니었다. 다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 또 Bai 박사님이 탤런트 채림 사진에 정신을 조끔 팔은 것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5시간.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 구름이 너무 많아 관측을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짐을 챙겨 숙소로 내려온 게 2시. 모두들 마음이 맞아 라면에 소주를 아주 조금만 마시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결국 창 밖은 환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잠이 들어 오후 2시.

  작년(2000년)에 보현산 천문대에 방문객 센터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말에 방문객 센터에 가기로 했다. 보현산 천문대는 산 정상에 있는 지라 휴일에는 등산객이 많다. 물론 천문대 땅에 들어가는 것은 공짜다. 아, 등산객이라기보다 차를 타고 정상까지 오신 관광객 분들이다. 여하튼 방문객 센터에 가보니 수많은 화려한 사진들(물론 국내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과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전에 호주 천문대에 갔을 때(앞의 글 참고) 우리 나라 천문대에도 방문객 센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 방문객 센터 건물 옥상에는 1m 망원경과 30cm 망원경 돔이 올려져 있다. 지금은 테스트 중이라 공개는 않는다고 한다. 해서 만약 방문객 센터에 1층의 전시관에 우선은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방문객 센터 앞에서 또 한 컷!

  이제 5시에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에 짐을 챙기고 또 탁구를 쳤다. 또 졌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경치와 마냥 즐거운 Bai 박사님과 홍수형을 뒤로 하고 박윤호 operator 분의 친절한 안내로 영천역까지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난생 처음 새마을 호 특실(어쩔 수 없었다. 휴일이라. 다행히 연구비로 지원이 되었다.)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직접 타 보시라 새마을 호 특실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이제는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이번 글에는 별로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마냥 재밌고 편안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억지로 무슨 감정을 끄집어 내기도 귀찮다. 그냥 좋았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도와주신 박윤호, 이병철 1.8m 망원경 operator, 이청우 태양 망원경 operator, 노진형 씨, 홍수형, Bai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2001년 석가탄신일 서울로 가는 기차안에서
코메에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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