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새벽


#주의: 그림 위에 마우스를 놓으면 그림 설명이 보입니다.

  소백산 천문대의 새벽은 진짜루 예뻤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숙제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물론 소백산 천문대에 오는 첫날. 그날도 역시 핸드폰에 맞추어 매우 힘들게(?) 일어났다. 아무래도 빨리 여자친구를 만들어 모닝콜을 해 달라고 해야겠다.

 

  암튼 나의 연구를 위한 첫 관측은 9월달에 이미 소백산에 다녀왔고, 이번은 두 번째 관측으로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나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고속버스 타고 돌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터라 재밌을 것 같은 상상에 휩싸여 청량리 역에 도착했다. 혼자인터라 물건을 많이 사는 게 부담이 되어 적당히 사고 기차를 탔다. 대학원에 와서 좋은 점이 있다면 어디 갈 때는 항상 연구비로 지원을 받아 마치 놀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다는 것..

 

  암튼 그렇게 짐을 양손에 들고 좌석에 갔을 때 어떤 할머니께서 떡하고 누워계신 게 아닌가...할머니께서는 나를 발견하고는 영계가 탔다면서 좋아하신다. 이 할머니를 포함해 모두 9명의 할머니께서 좋아하셨다. 암튼 할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도착한 곳이 단양역.(소백산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없는 것 같다. 아니 없다.) 전날 미리 전화를 해 둔 덕에 아저씨께서 차를 가지고 나와주셨다. 소백산 천문대 차는 무쏘다. 시속 40km이상으로 달리믄 자동 잠금도 된다. 좋았다!! 항상 서울서 오면 단양역에 두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소백산 천문대까지 가는 길에 항상 박명수가 진행하던 퀴즈쇼를 들었다는 홍수형 말이 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흘러 이택림의 퀴즈쇼는 듣는다.

 

  소백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단풍이 아름답단다. 저번 주까지 그랬단다. 이번 주는 다 떨어졌단다. 안타깝기만 하다. 단양역에서 한 4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천문대.. 건물을 새로 지어서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인다.

 

소백산 천문대 현관

 

   다만 안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항상 4~5명 정도로. 남는 방 민박해도 될 정도다. 등록과 2층의 숙소를 배정받고 쉬다가 저녁 식사를 했다. 전에 보현산 견학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 때는 식당 아주머니께서 해 주시는 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여기 소백산은 항상 아주머니 해 주시는 밥을 먹었다. 울트라 캡숑 맛있다. 정말이다. 그리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관측 첫날은 관측자가 고기를 사오나 보다. 물론 나도 청량리 백화점에서 삼겹살을 사왔다. 이것도 캡빵 맛있었다.

 

  관측은 보통 해가 질 무렵 시작되는 데 보통 잡음을 줄이기 위해 CCD(쉽게 디지털 카메라와 비슷) 냉각 단계로 액체 질소를 관측 시작 2시간 전에 넣는다. 소백산 천문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모든 관측에 관련된 일을 관측자가 다 알아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큰 천문대에는 오퍼레이터라는 분이 계셔서 망원경 조작에 관한 것은 그 분이 다 알아서 해 주시고 관측 도중 서로 노가리 및 상의를 하기도 한다. 허나 소백산은 오퍼레이터 분이 계시긴 하지만 관측자 혼자서 관측실에 앉아서 맘대로 한다. 그래서 소백산이 관측하기는 편하다. 물론 자기가 못하면 도와줄 사람이 없기에 책임도 막중하긴 하지만.. 그런데 첫날은 구름 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로 잤다.

 

  간만에 연구실에서 오랫 동안 벗어난 자유라 잠을 실컷 잤다. 눈이 팅팅 붓도록.. 점심을 대충 챙겨먹은 나는 관측 첫날이기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논문도 읽고, AGN 책도 보고.. 저녁이 되어 구름이 끼어 있어 저녁 flat 사진은 찍지 못한 채 맑아지기 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날씨가 개어 밤 12시 넘어서 관측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꼬박 날을 샜다. 별 설명할 거리가 없는 관측이다.

 

새벽풍경

 

   허나 관측을 끝나고 나서가 기가 막혔다. 여기에 올라온 풍경이 바로 이날 새벽에 찍은 것들이다. 처음으로 아름다운 새벽 풍경을 본 것은 고등학교 때 미륵산에서였다. 또한 처음으로 아름다운 일출을 본 것은 대학 때 보현산 천문대였다. 이제 또 처음으로 아름다운 새벽을 사진에 담은 것이 대학원 때 소백산 천문대인 것이라.. 말을 지어내느라 힘들군.. 암튼 너무 예뻤다. 산 꼭대기에서 아래를 보는 게 안 이쁠 것이 무엇이 있겠냐만은 너무나 예뻤다. 천문대는 이래서 가끔 가야는 가 보다. 다음 날 또 아름다운 것이 있는데 이따 설명하겠다.

 

  그렇게 아침에 잠이 들어 오후에 일어나게 되었다. 소백산 천문대는 국립공원 내에 있기 때문에 등산객이 많이 찾아온다. 오후 12:00부턴가 오후 3:30분 사이에 찾아가면 30분마다 견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여기서 근무하시는 망원경 오퍼레이터 분들이 사진 및 시설을 설명을 해 주신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소백산 천문대에 가 보신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는데 온 복도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진이 고 박승철 아저씨의 사진들이다. 박승철 아저씨는 작년 겨울 사람들이 21세기 시작에 들떠 있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지금 있는 홈페이지(http://www.star-party.com)에 들어가면 그 분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아저씨와의 인연은 참 깊었으며 돌아가신 이후로는 함부로 아저씨에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쉽게 아저씨에 대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아저씨도 좋아하고 나도 매우 좋아하는 혜성을 발견해서 아저씨의 이름을 붙여드리고 싶다. 『아저씨!! 하늘 나라에서 잘 지내시지요?』

 

  아,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복도에서 방문객들이 왔다 갔다 해서 잠에서 깼다는 말이다. 늦게 일어난 나머지 혼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쫌 쉬다 보니 또 저녁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관측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서 저녁을 일찍 먹고 Bias, Flat을 열심히 찍어댔다. 전에 관측자들이 관측한 데이터를 참고하고서 찍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망원경 초기화를 하고, 초점도 맞추고 나의 관측 대상들을 하나 하나 관측해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관측 주제는 『BL Lac 천체들의 변광 관측』이다. 이름은 잘 알아 들을 수 없어 멋지기만 하다. 간략히 설명하면 BL LacAGN(Active Galactic Nuclei)의 한 종류로 AGN은 외부의 은하 중에 그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을 담고 있을 거라 추정되는 것으로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들을 말한다.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이런 은하의 중심을 분해해 볼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이 안에 들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 중 BL Lac으로 분류된 것들은 Blazar라고 해서 마치 변광성처럼 밝기가 변한다. 이 변하는 것을 관측해서 이 밝기가 은하 안의 어떤 mechanism에 의해 변하는 것인가를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AGN들이 몇 만개나 있는데, 그 중 딱 5개를 내가 관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고서 셋째날 밤도 무사히 넘어갔다. 아, 또 다른 아름다움.. 그것은 모든 일을 다 끝내고 났을 때 아침에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자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터라(최신가요만) 잠 잘 때도 음악을 들으면 대빵 기분이 좋다. 이게 바로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이제 넷째날. 내일이면 서울에 올라간다. 해서 오늘은 점심을 먹고 해야할 일이 있었다. 항상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산책이다. 소백산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있는 그 중에서도 제 1 연화봉, 제 2 연화봉, 비루봉이 이 근처다. 학교에 가면 교수님께서 산책했냐고 물어보실 게 뻔하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을 안고 산책을 강행했다. 제 1 연화봉이 젤 가깝기 때문에 카메라와 카세트를 들고 다녀왔다. 딱 1시간 20분 걸렸다. 일요일에 야구시합이 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해야 하는 데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암튼 신기했던 것은 등산객이 하도 많아서 등산로가 다 엉망이 되서 대신 계단을 한 100m 넘게 설치를 해 두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게 그 사진이다. 신기할 따름이다. 얼마나 사람이 많이 왔길래..

 

등산로의 계단들

 

  마지막 날인가? 간단히 아무일 없이 관측을 했다. 다만 한 가지 연구와 관계 없었던 것 중에 혜성 사진을 찍었던 것. 하늘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혜성이다. 고등학교 때 인연을 맺은 이후로 언제나 혜성을 보면 마음이 설레인다. 아마 연예하나보다. 암튼 혜성을 필터별로 찍고서 별과 우주 잡지와 Sky & Telescope 잡지에 보냈다. 여기에 한 컷을 올려보면 이렇다. 예쁘지 않습니까?

 

C/2001 WM1 혜성

 

  소백산 천문대는 보현산 천문대와 같이 세 분의 강아지들이 계신다. 여기 나온 사진은 비로의 사진인데 소백산 천문대의 소개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꽃순이: 선임보안요원. 4년생 멍멍이.총명하기가 하늘을 찌름.

  •비로: 꽃순이의 남편. 생김새와 용맹함이 사자와 같음.

  •비돌이: 꽃순이와 비로 사이에 태어난 1년생 멍멍이

 

소백산의 강아지분들

 

  물론 직원분들도 계신다. 오퍼레이터 분이 두 분이 계신데 권순길 씨와 윤재혁 씨다. 여기 윤재혁 씨 사진이 있고, 산에 오래들 계셔서 그런지 매우 친절하시다. 두 분이서 4박 5일씩 교대근무를 하는데 오늘 내려가는 날이라 아침에 일찍 차를 얻어 타고 단양역에 올 수 있었다.

 

소백산 천문대 오퍼레이터, 윤재혁씨

 

   지금은 거의 2주가 지나서 다시 쓰는 거라 그 때의 감흥을 전하지 못하겠네요. 해서 마무리를 잘 못하고 이만 접어야 겠네요. 죄송합니다. 꾸벅..

 

2001년 11월 3일 토요일 아침 18동 연구실에서

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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