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Roger Penrose vs. Martin Rees


 

2002년 5월 30일 호성 정리

1. 시작하며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오늘, 먹고 살 고민을 하며 머리를 쥐어 짜던 중 역시나 위안을 삼을 짓, 바로 홈페이지 가지고 노는 짓을 하고 만다. 오늘은 정말 겉으로 보기에 열라 멋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 사진부터 보시라.

 칠판 앞의 펜로즈

칠판 앞에 폼 잡고 서 있는 이 아저씨가 바로 펜로즈다. 이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천문 도서 소개 게시판에 있는 Gravity's Fatal Attraction 이라는 책에서다. 이 책을 보던 때가 대학교 4학년 때 한창 천문학에 재미를 붙이던 중이었는데 과기원의 Ewan Stewart 교수님께서 추천을 해 주셔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즈음에 나오던 바로 이 사진을 보고서 너무 좋았다. 모랄까.. 그 인상에서 풍기는 잔잔함과 칠판 뒤의 알 수 없는 수식들이 더욱 더 폼나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나를 사로잡았다. 이와 비슷한 우리과 홍승수 교수님의 사진을 그냥 실어본다. 직접 비교해 보시라..

 홍승수 교수님

암튼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 때 이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대학원에 왔다. 그리고 은하 안의 블랙홀 연구를 시작하면서 책과 논문에 계속해서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마틴 리즈였다. 그 마틴 리즈를 논문에서 볼 때마다 그의 위대한 업적에 놀라면서 어이없게도 위의 사진을 떠올렸다. 그 인자함을 그리면서.. 그러던 중 다시 Gravity's Fatal Attraction 책을 들쳐 보고선 깜짝 놀랐다. 마틴 리즈 이름을 보면서 펜로즈 사진을 떠올리다니.. 암튼 난 그렇게 펜로즈의 외모와 마틴 리즈의 이름에 빠져 있었다.

여기 마틴 리즈의 사진이 있다.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면 펜로즈는 블랙홀에서 펜로즈 과정이라는 것을 통해 에너지를 빼내는 것을 설명한 사람이고 리즈는 역시 은하 안의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내는 것을 설명 하는 등등 암튼 천문학에서 두 사람은 스타다.

마틴 리즈

 

2. 약력

우선 두 사람의 약력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square18_blue.gif Roger Penrose

    square02_orange.gif 태어난 날: 1931년 8월 8일(내 친구 대근이 생일이네)
    square02_orange.gif 학위: 박사, 대수 기하학, 캠브리지
    square02_orange.gif 현재: 옥스퍼드, 수학 연구소 교수

square18_green.gif Martin Rees

    square02_orange.gif 태어난 날 : 1942년 6월 23일
    square02_orange.gif 학위 : 1963 - 학사 (수학), 1967 - 박사, Trinity College, Cambridge
    square02_orange.gif 현재:

      1992- : 캠브리지 왕립 협회 교수
      1992- : 캠브리지, King's College, Official Fellow
      1995- : Astronomer Royal
      2001- : London and Leicester 대학, Imperial College 명예 교수

마틴의 약력은 너무 많아서 상당부분 생략했다. 이에 비해 로저는 이렇다할 약력을 찾을 수 없었다. 로저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정리를 잘 안 해 놓은 탓일 것이다. 그런데 약력을 찾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그 사람의 약력, 즉 보여지는 모습에만 너무 관심을 갖고 이를 악물고 찾는 내 모습에 대한 반성이었다. 로저가 만든 퍼즐이나 양자 중력 등 그가 한 일은 대충 훑어보면서 그가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무슨 직함을 달고 있는 지에만 궁금해 하는 것, 스스로 반성한다. 어떤 사람을 얘기할 때 숫자로만 얘기하려 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듯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면서 계속 얘기를 하자면, 암튼 약력으로만 보자면 두 사람만 모두 화려할 뿐이다.

 

3. 저서

square18_blue.gif 로저 펜로즈

    square02_orange.gif The Nature of Space and Time, with Stephen W. Hawking, 1996, Princeton University Press
    :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까치글방

    square02_orange.gif Six Not-So-Easy Pieces: Einstein's Relativity, Symmetry and Space-Time, with Richard Phillips Feynman,1998, Perseus Press

    square02_orange.gif Nature and the Greeks : And Science and Humanism (Canto), with Erwin Schrodinger,1996, Cambridge University Press

    square02_orange.gif What Is Life? : The Physical Aspect of the Living Cell With Mind and Matter & Autobiographical Sketches, with Erwin Schrodinger,1992, Cambridge University Press

    square02_orange.gif 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 with Abner Shimony (Contributor), Nancy Cartwright (Contributor), step Hawking, 1997, Cambridge University Press

    square02_orange.gif Einstein's Miraculous Year, with John J. Stachel (Editor), 1998, Princeton University Press

    square02_orange.gif The Emperor's New Mind, 1989, Oxford Uriversity Press : '황제의 새마음, 이화여대 출판부'

    square02_orange.gif Shadows of the Mind, 1994, Oxford Uriversity Press

square18_green.gif 마틴 리즈

    square02_orange.gif Cosmic Coincidences - The Stuff of the Universe, 1989, Heinemann, UK

    square02_orange.gif New perspectives in astrophysical cosmology, 1995, CUP

    square02_orange.gif Before the beginning - our universe and others, 1997, Simon & Schuster, UK

    square02_orange.gif Gravity's fatal attraction: black holes in the universe, 1995, Freeman, NY

    square02_orange.gif Just Six Numbers(in `Science Masters' series: Basic Books (US)), 2000

    square02_orange.gif Our Cosmic Habitat. Princeton University Press, US

    square02_orange.gif Our final century?, Random House (UK)

마틴 리즈의 책은 국내에 번역된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 곧 할 것이다. 펜로즈는 두 권의 책이 번역되었지만 같이 일을 하던 스티븐 호킹의 책에 비하면 사람이 보지도 못한 것들이다. 나도 못 봤다. 솔직히 위에 나온 책들 중에서 Gravity's Fatal Attraction이라는 책을 빼고는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기 때문에 모라 평할 것이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로저는 과학에 대한 얘기는 별로 쓰지 않고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을 많이 다룬 반면에 마틴은 대중적인 책은 별로 쓴 것이 없다. 학자들 사이에서 베스트 셀러나 책을 많이 쓰는 사람은 시간이 많은 사람이다. 즉 연구에 그다지 바쁘지 않다는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대가들은 책을 별로 쓰질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양이 적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유명한 사람일수록 글을 잘 쓰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글 쓰는 데 보통 논리가 필요한 게 아닐테니까..

 

4. 상

상 받은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하다. 단 노벨상은 둘 다 수상하지 못했다. 천문학은 워낙 증명되는 게 힘들기 때문에 노벨상을 타기란 정말 힘들다. 우스갯 말로 천문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로 굉장히 물리적인 일을 하는 것 - 물리학자들이 관심을 갖을 만한 중성자별 등등
둘째로 굉장히 천재적인 제자를 키우는 것 - 이것은 별로 천문학만의 일이 아닌 듯 하다.
셋째로 그냥 열심히 하는 것 -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한다. 엠씨스퀘어의 선전처럼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인정을 받을테니까..

암튼 그 중 가장 유명한 것만 소개를 하자면 로저 같은 경우 1994년에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는 것이다. '기사 작위'라는 것이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울 나라 말로는 펜로저스 경이라면 맞을 듯 하다.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하듯 기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죠.

그리고 마틴 같은 경우는 영국 왕립 천문학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왕립 천문학회에서는 Gold Medal, Eddington Medal, Champman medal, Price Medal, Herschel Medal, Hannah Jackon(nee Gwilt) Medal and Gift 의 몇 가지 메달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높은 것이 금메달이다. 금메달은 해마다 두 개가 수여되는 데 암튼 이것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5. 연구 중에서...

마틴의 경우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기가 관심있어 하는 일이 아래와 같다고 적어 놓고 있다.

(i) 고에너지 천체 물리학 - 감마선 폭발, 활동 은하핵, 블랙홀 형성과 복사 과정(중력파를 포함해서)
(ii) 우주 구조 형성 - 우주의 '암흑 시대' 이후, 초기 우주에 별과 은하의 형성
(iii) 일반적인 우주론 문제들

그런데 대부분의 대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특히 활동성 은하핵(AGN)과 퀘이사가 매우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보이는 이유, 즉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어떻게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중요한 아이디어를 블랙홀을 이용해 처음으로 설명해냈다. 또한 우리 은하 중심에도 블랙홀이 존재할 거라고 예언하는 등, 은하 안의 거대한 블랙홀, 또는 중성자 별, 감마선 폭발 같이 천문학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상당히 잘 설명해내는 많은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우주론 분야에서는 우주 배경 복사의 편광 현상을 비롯한 다른 관측 결과에 대한 예언을 하는 해내는 등 초기 우주에 대한 대단한 예언가적 자질을 갖추고 있다.

로저의 경우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로 역시 많은 일을 했다. 다만 눈에 잘 안 보이는 천문학에 가까워서 잘 모른다. 암튼 첫 번째로 펜로즈 타일이라는 것을 고안해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반복되는 형태가 없는 타일로 전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기이한 타일임이 틀림없다. 이런 얘들 장난 같은 타일이 유명한 이유는 후에 원자 구조 내에서 이런 난해한 구조를 발견하면서 부터이다. 암튼 원자 물리에 유용하다곤 하네요. 그림의 한 예를 소개한다.

펜로즈 타일

둘째로 블랙홀에 관한 연구이다. 스티븐 호킹과 일을 많이 했는데 특이점 정리와 펜로즈 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특이점 정리는 간단히 말해서 일반상대론이 맞다면 특이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정리이다. 특이점이라는 것은 쉬운 예로 어떤 지점에서 1/0의 값을 갖는 것, 즉 무한 대 값을 갖는 지점을 얘기한다.

또한 회전하는 블랙홀 주변에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 말고 에르고 영역이라는 것이 그 주변을 싸고 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주변의 진공에서 가상의 두 입자(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와 음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열심히 생겨났다 없어졌다가 하는데 이 때 음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만 블랙홀의 에르고 영역으로 빠져들고 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만 밖으로 나온다면 블랙홀은 음의 에너지 입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줄어들 게 된다. 따라서 멀리서 보기에 블랙홀이 에너지가 줄어들고 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게 되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는 블랙홀도 뭔가를 밖으로 낼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인 것이다. 이게 바로 펜로즈 과정이다. 그런데 흔히 스티븐 호킹이 이 생각을 해냈다고 많이들 알려졌는데, 정확히 누가 했는 지 잘 모르겠다. 암튼 펜로즈의 이름이 붙었다. 찾아본 결과 펜로즈가 한 게 더 맞는 것 같다.

 

6. 마치며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 듯 싶다. 자기 자신을 다시금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한다. MIT 옆의 작은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작문 책이란다. 그만큼 글 쓰기를 많이 연습해서 좋은 글을 쓰게큼 한다는 데.. 오늘도 잘 쓴 것 같지는 않아 죄송합니다. 암튼 오늘의 두 인물을 자세히 얘기했다기 보다 깊은 기억 속에 있었던 그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해 헷갈린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히 파악한 것이 핵심이다. 해서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스치는 기억만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7. 참고문헌 및 더 찾아볼 거리

square18_blue.gif 로저

square18_green.gif 마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