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D로 올려다 본 하늘


CCD 에 대해서 언젠가 한번 정리를 꼭 해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쓰는 것보다 CCD에 대해 유명한 글을 번역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1987년 Sky & Telescope 9월호에 실린 글을 번역했습니다. 15년 전의 글인데도 "최고" 또는 "최근에" 라는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상황과 많이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하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번역을 해 주신 justym님께 감사드립니다.

칩에 비친 하늘 : 놀라운 CCD

 James Janesick, Caltech & Morley Blouke, Tektronix, Inc.

  오늘 날의 망원경들이 몇십년 전에 사용하던 망원경보다 훨씬 더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의 천문학자들은 1930년대에 관측 가능했던 것보다 수백 배, 심지어는 수천 배 이상 희미한 천체들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몇십년 동안 빛 검출기의 감도가 전례 없이 향상된 것이다. 우리 시대에 일어난 이 변화는 17세기 망원경의 발전이나 19세기 사진 건판에 의해 야기된 변화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 운 천문학 도구들 중에서 거의 완벽한 빛 검출기로 각광받는 한가지 기기가 있다. 전자결합소자(Charge Coupled Device, CCD)로 알려진 이 기기는 근적외선 영역에서부터 X-선 영역까지 이 기기에 부딪치는 거의 모든 광자(빛의 입자)를 기록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천문학자들이 가장 감도가 좋은 것으로 사용하던 사진 감광 유제는 부딪치는 빛의 2-3%만을 검출하고 또 훨씬 좁은 파장 범위에 한해서만 반응한다.

  CCD 혁명은 간접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 Bell Telephone Laboratary의 두 연구원 Williards S. Boyle과 George E. Smith가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기억 회로를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

  Boyle 과 Smith가 CCD를 기억 소자로써 여긴 것과 달리 그들이 1970년에 처음 선보인 이 작은 반도체 실리콘은 신호 처리와 영상 작업(실리콘은 가시광에 반응하기 때문)을 포함한 다른 많은 곳에 응용될 수 있었고, 이 사실은 금새 명확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CCD 최초의 기능이었던 기억 소자로서의 역할은 사라졌다. 그 대신 과학적 응용을 위한, 특히 천문 분야에서, 최초의 영상 기기로써 자리를 잡게 되었다. 사실 CCD는 모든 종류의 전자광학에서 진행중인 혁명의 선두에 있으며, 이미 경량 비디오 시스템과 자동초점카메라 분야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CCD 초창기

    천문학자들은 CCD의 비범한 영상화 능력을 애초에 알아보았다. 1972년에 제트 추진 연구소(JPL)의 연구진들은 우주 천문학에 쓸 수 있는 CCD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한 지 3년 후에 JPL 팀은 CCD로 최초의 천문영상을 얻었다.

  오늘 날 세계의 모든 주요 망원경들은 CCD 카메라를 검출기로 사용하고 있다. CCD는 직접적인 영상 뿐 아니라 분광기, 또는 다른 기기들의 검출기로써 사용될 수 있다. 또한 Vega나 Giotto, Suisei와 같은 핼리 혜성 탐사선과 앞으로 있을 많은 우주 천문학 프로젝트 - 허블 우주 망원경(HST)과 갈릴레오(Galileo), AXAF(Advanced X-ray Astrophysics Facility) 와 같은 우주 망원경 - 의 카메라 시스템의 중심을 CCD가 차지할 것이다.

  CCD 의 작동원리는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CCD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워싱턴 카네기 연구소의 Jerome Kristian의 명쾌한 설명이 종종 이용되곤 하는데, 우선 마당에 양동이를 한 줄로 늘어놓았다고 생각해 보자. 비가 온 후에 양동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각각에 담긴 물의 양을 측정하는 계량기로 보내진다. 그러면 컴퓨터가 마당의 각 부분에 얼마만큼의 비가 왔는지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CCD 시스템에서는 이 "빗방울"들이 광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림 1. CCD에 기록된 천체의 밝기 분포를 결정하는 것은 마당에 서로 다른 곳에 놓인 양동이들의 빗물의 양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비가 그치면 각 행에 놓인 양동이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수평으로 움직인다. 각각의 양동이가 컨베이어 끝에 다다르면 물의 양을 측정하는 계량기로 이동하는 벨트에 놓인 다른 양동이에 물을 쏟아 붓는다. Steven Simpson의 그림.

 

그림 2. 이 천왕성 사진이 전하 결합 소자, 즉 CCD로 얻어진 최초의 천체 사진으로 생각되어진다. 1975년 제트 추진 연구소(JPL)와 애리조나 대학의 과학자들이 Tucson 근처의 Santa Catalina 산에 설치된 61인치(1.5m) 망원경으로 얻은 것이다. 근적외선의 8900 Å(옹스트롬, angstroms) 파장 영역에서 얻은 영상으로 천왕성 남극 근처에 강한 메탄 흡수 지역(어두운 지역)이 보인다.

 

CCD의 장점

  CCD 가 왜 그리 유용하고 효과적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좋은 천문학 검출기들이 지녀야 하는 요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 높은 분해능 - 미세한 부분을 세밀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 높은 양자효율 - 검출기에 도달하는 최대한의 빛을 감지하여야 한다.
  • 넓은 반응 영역 - 넓은 파장 범위의 빛에 반응을 잘 해야 한다.
  • 낮은 잡음 - 잡음이 측정하려는 천체의 신호보다 적어야 한다.
  • 넓은 작동 범위 -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밝은 천체와 가장 어두운 천체 사이의 차이가 가능한 한 커야 한다.
  • 측광 의 정확성 - 출력되는 정보는 천체들의 밝기를 높은 정밀도를 가지고 등급 같은 절대적인 단위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형태이어야 한다.
  • 선형 성 - 출력되는 정보는 균일해야 한다. 한 천체가 다른 천체에 비해 두 배 밝다면 그것의 영상도 두 배 밝아야 한다.

  현재 많이 쓰이는 다른 검출기들과 달리 CCD는 이러한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CCD 의 분해능은 주로 칩의 촬영 가능한 영역을 이루는 픽셀의 수, 즉 화소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에 있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픽셀수가 많을수록 분해능이 좋다.

그림 3. 이 사진은 독수리 자리의 행성상 성운 NGC 6781로 서로 다른 필터로 찍은 세 장의 CCD 영상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모든 CCD 영상과 마찬가지로 작은 정사각형의 행렬로 이루어졌고, 각각의 정사각형은 한 픽셀에서 얻은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 사진은 512행과 320열로 이루어진 CCD로 얻은 것이다. Rudolph Schild의 그림.

  대형 CCD는 1973년에 Fairchild Semiconductor사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 회사에서 제작한 CCD는 100개의 열과 행으로 배열된 10,000개의 픽셀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RCA 회사에서 표준 TV 분해능을 지닌 512행과 320열(163,840 픽셀)의 CCD를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검출기들은 오늘날 전 세계 천문대에서 쓰이고 있는 CCD와 비슷한 유형이다.

  갈릴 레오 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을 위해 Texas Instruments사에서 특별히 만든 CCD는 이제 몇몇 천문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CCD들은 800×800으로 배열된 640,000개의 픽셀을 가지고 있는데, Texas instruments사는 또 High-Resolution 태양 관측소의 카메라를 위해 백만화소가 넘는 칩들도 만들었다.

  오늘 날 가장 큰 CCD는 Tektronix사에서 만든 것인데(아래 그림 참고), 4백만 개가 넘는 픽셀(2,048×2,048)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촬영 가능한 영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가로 세로 각각 2.5 inch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림 4. 현재까지 가장 큰 전하 결합 소자는 Tektronix 사에서 제작된 것으로 2,048행과 2,048열의 화소를 가지고 있고 칩의 크기는 가로 세로 2.5 인치가 넘는다.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모든 사진은 저자가 제공한 것이다.

그림 5. Tektronix 2,048×2,048 픽셀을 가진 CCD의 실제 크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이 거대한 칩은 현재 천문학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중이다. 또한 왼쪽 아래 박스에 Texas Instrument 사에서 특별히 허블 우주 망원경과 갈릴레오 목성 탐사선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800×800 CCD가 보인다.

  굉장 히 큰 숫자 때문에 놀라와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사진용 필름의 크기와 분해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다지 곱지 않은 입자로 구성된 35mm 필름이라 하더라도 25,000,000 픽셀을 가진 CCD와 맞먹는다. 더 고운 입자로 구성된 사진용 필름은 훨씬 큰 픽셀을 가진 CCD와 맞먹는다.

  그러 나 CCD 영상은 사진에 비해 다른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림에서 보듯이 보통의 CCD가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다른 검출기에 비해 양자 효율이 월등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초 의 천문학적 "검출기" 인 사람의 눈은 양자 효율이 약 1 % 정도이 다. 즉 눈에 들어오는 100개의 광자 중 1개만을 알아차린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CCD의 경우 그 위에 떨어지는 100개의 광자 중 50에서 70개 정도의 광자를 기록해낼 수 있다. 또한 눈이 감지할 수 있는 파장 범위는 CCD의 경우보다 굉장히 적다. 광전 측광이나 필름도 마찬가지의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의 소식에 따르면 차세대 CCD는 "무른" X-선(soft X-ray)에 해당하는 1 Å에서부터 근적외선에 해당하는 10,000 Å을 넘는 스펙트럼 영역까지 효율적인 검출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박스 2  참고). 이처럼 검출할 수 있는 넓은 파장 영역은 지금껏 알려진 다른 어떤 검출기에 비해 월등한 능력이다; 이같은 능력 때문에 AXAF나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과 같은 많은 프로젝트에 CCD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 나 검출기가 어두운 천체에서 오는 빛 같은 신호를 엉터리로 출력해내면 높은 양자 효율과 넓은 파장 영역 같은 것이 무의미해진다. CCD의 각 픽셀에서 얻어지는 전자들은 칩의 출력 회로 내에 놓인 single 트랜지스터에 의해 개수가 세어진다. 측정된 신호의 정확성은 트랜지스터에 발생되는 잡음이 좌우하게 되는데, 오늘날의 CCD는 놀라울 정도로 잡음이 적기 때문에 전자 10개 정도의 작은 신호도 정확하게 출력해낸다(15개 또는 20개 정도의 가시광선 광자에 의해 발생되는).

  이처 럼 굉장히 작은 숫자들이 의미하듯이 천문학은 굉장히 감도가 높은 기기가 필요하다. 보통의 오차는 60인치(1.5m) 망원경으로 24등급 천체를 관측했을 때 매초 떨어지는 광자의 개수와 비슷하다. 현재는 전자 4개보다 적은 신호를 출력해낼 수 있도록 CCD의 기능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6. 다른 영상 기록 검출기에 비해 CCD가 가지는 장점이 표현되어 있다.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의 붉은 쪽 그리고 근적외선 영역에서 다른 형태의 기기보다 감도가 훨씬 좋다. 그러나 자외선 영역에서는 여기서 표시된 구형 CCD의 성능이 television 형태의 검출기나 사진용 필름보다도 훨씬 좋지 못하다.

  CCD 가 다른 검출기에 비해 가지는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넓은 작동 범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CCD의 작동범위라는 것은 측정 가능한 전자의 가장 많은 개수와 가장 적은 개수의 비율로서 정의된다.

  픽셀 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전자를 가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가로 세로 크기가 15 micron인 Texas Instrument 사의 800×800 픽셀 CCD는 픽셀당 75,000개 정도의 전자를 생성할 수 있다. 화소의 크기가 2배 커지면 1,000,000 개의 전자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은 결국 CCD의 작동 범위가 100,000에 해당한다는 것이다(1,000,000를 잡음으로 생긴 10개의 전자를 나누어주면 된다).

  천문 학에서는 은하의 어두운 부분과 가장 밝은 핵 부분과 같이 밝기 차이가 굉장히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천문학적 검출기는 큰 작동범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CCD의 작동 범위가 크다는 것은 한 영상 안에서 밝은 천체와 어두운 천체를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사진용 필름의 경우 기록할 수 있는 밝기 비가 100:1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림 7. CCD는 놀라울 정도의 선형성을 가지고 있다. 노출 시간을 두 배로 하면 출력 신호 역시 정확히 두 배가 된다. 노출 시간을 굉장히 길게 해도 이 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이 때문에 CCD는 굉장히 밝은 천체와 굉장히 어두운 천체를 하나의 사진에서 동시에 기록할 수 있다. 사진 감광 유제는 전체적으로 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굉장히 좁은 노출 시간 영역에서만 선형성을 유지한다. 사진 감광 유제는 영상이 하나도 얻어지지 않는 한계(threshold)를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고, 또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포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노출 시간이 너무 길면 빛을 검출할 수 있는 오히려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박스 1. 전하 결합 소자의 작동 원리

그림 a. 9개의 픽셀과 출력 레지스터와 출력 증폭기로 구성된 CCD의 작동 원리가 표현되어 있다. 픽셀 하나 하나는 세 지역, gates로 나뉘어 있다; 각 지역은 전압이 바뀔 수 있는 전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노출이 시작되면 각 픽셀의 가운데 gate가 "on"(노란 지역)이 되고 그 옆 gate들은 "off"(녹색 지역)가 된다. 이로 인해 중심 gate는 "전자를 담는 양동이" 역할을 하고 옆 픽셀끼리는 넘나들 수 없는 벽이 생긴다. 오른쪽: 노출이 끝나면 gate의 전압이 바뀌면서 전자들이 오른쪽 gate로 한 칸씩 이동하고 원래 gate의 전자들은 사라지게 된다.

 

그림 b. 왼쪽: 전압이 다시 바뀌면서 한 픽셀의 가장 오른쪽 gate에 있던 전자들이 옆 픽셀의 가장 왼쪽 gate로 넘어간다. CCD 가장 오른쪽 픽셀에 있는 전자들은 출력 레지스터로 옮겨진다. 오른쪽: 픽셀 행렬이 또 옮겨지기 전에 전하들은 출력 레지스터와 증폭기를 재빨리 거쳐야 한다. 이 레지스터가 완전히 비워지면 다른 픽셀 행렬이 옮겨진다. 이런 과정은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맨 처음 전자들은 행을 따라 수평으로 옮겨지고, 다시 출력 레지스터를 따라 수직으로 옮겨지면 그 양을 측정하는 증폭기로 전달된다. 실제 천문학에서 쓰이는 CCD의 경우 이 과정은 10초 정도 걸린다.

  전하결합소자를 이용해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4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그 과정들은 다음과 같다:

   • 광전자 발생(비)
   • 전자 수집(양동이)
   • 전하 이동(컨베이어 벨트)
   • 읽기(계량기)

   첫 번째 단계는 광전효과 - 빛이 어떤 물질에 떨어지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 로 알려진 현상이다. 먼 은하로부터 빛이 CCD에 떨어지면, 그 광자들은 칩 안의 실리콘 격자에 흡수되면서 자유 전자를 방출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이렇게 생성된 광전자들이 픽셀(화소)이라고 불리는 곳에 모아지는 단계이다. 이런 곳들은 CCD표면에서 gate라고 불리는 전극들의 행렬로 나뉘어진다. 앞서 빗물에 비유한 경우에 따르면 양동이가 픽셀에 해당한다.

   전하들이 이동하는 세 번째 단계는 각 gate들의 전압이 바뀌면서 전자들이 한 픽셀에서 다음 픽셀로 수평 이동하게 되는 단계이다.

   각 행의 끝에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인 출력 레지스터가 있다. 여기에서 전하들이 마지막 단계인 출력 증폭기로 옮겨져서 전자의 개수가 세어지고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TV 모니터에 출력 가능한, 그리고 천문학자들이 분석 가능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멋진 천체 사진을 뛰어넘어

  관측 한 천체의 밝기를 등급과 같은 절대적인 단위로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감도가 좋은 검출기라 하더라도 천문학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이 점은 같은 조건의 빛이 항상 주어진다면 항상 같은 신호를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검출기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CD 는 본래 solid-state 기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안정적이다. 일단 표준성 관측으로 CCD 칩이 보정이 완료되면 하룻밤 동안 등급 측정의 오차는 0.5% 정도로 굉장히 적다(0.005 등급 정도의 오차에 해당한다).

  또한 CCD는 놀라운 선형성을 보인다. 즉 픽셀 안에서 발생된 전자의 개수는 픽셀에 떨어지는 광자의 개수에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것이다(그림). 이 점은 사진용 필름과 vidicon 형태의 television 검출기와 가장 대비되는 점이다. 사진용 필름의 경우 빛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반응 정도를 보이고 또한 굉장히 좁은 작동 범위 내에서조차 등급 측정의 오차가 5% 정도이다.

  vidicon 검출기 역시 비선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입력 신호와 출력 신호의 관계는 검출기의 지점마다 다를 뿐 아니라 복잡한 수학 함수를 써야만 표현 가능하다. 이 점 때문에 등급 정보를 꺼내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 낭비가 될 뿐이다. 힘들여서 위의 작업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측정 오차는 2%에 다다른다.

  이해 반해 CCD는 다른 기기에 비해 월등한데, 넓은 작동 범위에 걸쳐서 0.1% 이내로 선형성을 유지한다. 이 점 때문에 픽셀간 감도 차이를 보정해주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실제로 "편평화 작업(flat-fielding)" 이라고 알려진 방법을 통해 보정을 수행한다(아래 그림).

  vidicon 이나 그와 비슷한 검출기들은 그것들의 천문학적 사용을 제한하게 하는 다른 중요한 약점들이 있는데, 이런 검출기들은 TV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전자빔으로 주사(scan)하여 감광층에 영상을 형성한다. 첫 번째 문제점은 전자빔이 어느 순간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영상 내의 점들의 상대적인 위치가 관측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치 측정의 오차의 원인은 영상을 읽어내는 빔의 초점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자기장에 의해 발생된 왜곡 현상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떤 vidicon으로 관측했는지에 따라 위치가 또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CCD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CCD 칩이 일단 만들어지면 각 픽셀의 위치가 확실하게 고정되기 때문이다.

 

그림 8-1. CCD로 얻은 이 가상의 "raw" 영상은 픽셀끼리의 감도 차이 때문에 머리털 자리에 있는 멍든눈(Black-eye) 은하로 알려진 M64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진은 대충 다른 감도를 갖는 9 개의 지역으로 영상을 쪼개서 이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영상은 천문학자들 뿐 아니라 누구도 갖고 싶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림 8-2. 이런 불균일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편평화 작업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한다. 천체 관측 도중 새벽 하늘이나 망원경 돔 안과 같은 밝기가 균일한 광원의 영상을 얻어 픽셀 간 차이를 알아낸다. 이 그림은 위 멍든눈 은하의 가상 raw 영상에 해당하는 편평화 영상이다.

 

그림 8-3. 각 픽셀의 반응을 알게 되면, 관측자는 편평화 영상에서 결정된 픽셀 간 차이를 이용하여 각 픽셀의 반응을 보정하게 된다. 이 결과는 똑같은 감도를 가진 픽셀로 이루어진 CCD로 얻은 영상과 같은 결과가 된다; 비로소 천문학자들이 이 영상을 분석하게 된다. Rudolph Schild의 그림.

 

보이는 것을 넘어

  오래 전부터 많은 천문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영역에 관심을 가져왔다. 결국 자외선(1200-3500 Å)과 극자외선(120-1200 Å), 무른 X-선(1.2-120 Å)까지 관측이 가능해졌다.

  이런 짧은 파장의 광자들은 가시광 영역의 광자들보다 큰 에너지를 갖고 있다. CCD 실리콘 칩에 이런 고에너지 광자들이 떨어지면 많은 양의 전자들이 발생되는 데 그 전자의 개수는 그 빛의 파장(에너지)에 반비례한다. 예를 들어, 2.1 Å X-선 광자 하나는 평균 1,620개의 전자를 생성한다.

  따라 서 파장이 100 Å보다 짧은 빛의 경우 하나의 광자라도 검출될 수 있고 그 에너지(또는 파장)는 생성되는 전하의 양을 측정함으로서 바로 결정할 수 있다. 이 사실은 흥미로운 점을 유발시킨다: 하나의 영상으로부터 X-선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공간적 위치 정보와 분광학적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검출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박스 2.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CCD

  CCD 가 넓은 파장 범위에 걸쳐 작동하지만, 이런 재주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CCD 앞면에서 반응이 일어나면 자외선이나 X-선 빛에 대한 감도가 떨어진다. 즉 픽셀의 전극("gates")이 이런 광자에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외선이 들어오면 기기가 더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긴 파장의 빛으로 바꾸어 주는 빛을 내는 물질(인광체, phosphor)이 있는데, 이 물질로 CCD의 앞면에 코팅을 하고 나면 짧은 파장에서의 감도가 20% 정도 향상 가능하다. 좀 더 향상된 방법으로는 CCD를 얇게 해서 CCD 뒷면에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광자들은 gate에 방해를 받지 않고 반응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얇은 CCD의 경우 광전자들이 칩 뒷면의 "backside potential well" 이라는 작은 지역에 붙잡히기 때문에 다른 과정이 또 필요하다. 이런 전자들을 앞면의 전극 쪽으로 "밀어넣기(push)"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back side charging이라고 불리는데 CCD에 강한 자외선 빛들이 가득차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backside potential well을 제거할 수 있는 잉여 광전자들이 생성되고 칩의 온도가 낮게 유지되면 뒷면이 음극으로 대전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CCD에 이 기술이 사용되었다.

  "flash gate" 방법은 좀 더 나은 해결책이다. CCD의 실리콘과 그 뒷면에 백금 또는 금으로 만든 얇은 층 사이에 전압차를 발생시켜 불필요한 전압차를 없애서 광전자를 앞면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우주 망원경을 위한 차세대 기기들은 아마도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

 

그림 a. 최근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CCD는 근적외선에서부터 무른 X-선까지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넓은 파장 영역에 걸쳐서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기는 드물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CCD?

   CCD 가 거의 완벽한 검출기라 하더라도 모든 천문학자들에게 적당한 것은 아니다. CCD는 굉장히 비싸다; 2,048×2,048 픽셀의 칩이 $80,000이 넘는데, 픽셀 한 개당 19센트나 된다! 표준 TV 분해능을 가진 기기는 질에 따라 $2,000에서 $10,000 정도(픽셀당 1.2에서 6센트) 된다.

  CCD 가 점점 널리 알려지고 비디오 카메라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일본에서는 CCD가 $200에 팔리고 있긴 하다(약간 흠이 있는 제품이 반값에 팔리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CCD 칩은 사진에 쓰이는 필름보다 훨씬 비싸다.

  CCD 의 가장 큰 단점은 아마도 CCD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많은 양의 보조적인 전자 부품들일 것이다. 이런 악세사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은 실리콘 칩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이다. 2,048×2,048 CCD가 만들어내는 영상 한 장에는 10 메가바이트 정도의 정보가 담겨져 있다. 따라서 하룻밤 관측으로 쌓여지는 데이터 양은 쉽게 1 기가바이트를 넘어버린다. 또한 이 데이터는 저장되었다가 보정하고 분석하려면 또 컴퓨터를 필요로 한다 - 결국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결국 CCD는 경주용 차처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계속된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CCD에 빠져들어 이를 사용하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따라 CCD와 PC가 점점 더 싸지고 더 강력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나 프로 천문학자들에게 CCD는 진정 꿈이 이루어진 것과 같다. 성능이 계속해서 나아짐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10년 후에 천문학계에 또 어떤 충격을 줄지 저자로서도 상상하기 어렵다.

 James Janesick은 제트추진연구소(JPL)의 advanced imaging sensors 그룹의 팀장이다. NASA 우주 천문학 프로젝트와 지상 망원경의 CCD 제작 작업에 14년간 몸담아 왔다. Morley Blouke는 Tektronix사의 CCD 기술 그룹의 연구원이다. 현재 과학적 응용에 필요한 대형 CCD의 설계와 제작 및 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CCD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우선 우리나라 책 중에는 관측천문학(1998, 미리내)이 라는 책에 마지막 5쪽에 걸쳐 간단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아직까지 읽을만한 책이 없는 상황이구요. 외국 서적으로는 쉽게 볼 수 있는 책으로  Handbook of CCD Astronomy(2000, Cambridge)이 있고, 좀더 자세한 책으로는  CCD Astronomy(1991, Willmann-Bell)이 있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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